1. 주인공 분석
블랑쉬 드보아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인공이며, 현대 연극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여성 인물 중 하나입니다. 극 중 그녀는 미시시피의 가문 저택을 잃고 난 뒤, 여동생 스텔라와 그녀의 남편 스탠리와 함께 살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찾아옵니다. 블랑쉬는 몰락한 귀족적 과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세련된 말투, 과장된 몸짓, 고상한 환상으로 자신의 불안정성과 정서적 연약함을 감춥니다. 그녀는 나이 들고, 혼자 남고, 아름다움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며, 이는 과거 그녀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던 상징입니다. 연극 내내 그녀의 섬세한 감성과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스탠리의 거칠고 사실적인 현실 인식과 충돌하게 됩니다. 블랑쉬는 남부 귀족 계급의 쇠퇴를 상징하며, 그녀의 정신적 붕괴는 개인적 트라우마뿐 아니라 시대 전체의 몰락을 반영합니다. 그녀의 환상은 때로는 허황되게 보이지만, 냉혹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이기도 합니다. 블랑쉬는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에게 회복할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는 사회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비극적 인물입니다.
2. 독백
블랑쉬의 가장 인상 깊고 가슴 아픈 대사는 극 후반부 그녀가 극심한 감정적 취약함을 드러내며 하는 말에서 나옵니다.
(처음에는 억눌린 감정과 고백하려는 갈등 속에서, 점점 격정적으로)
"나는 사실을 원하지 않아요.
나는… 마법을 원해요.
(호흡을 가다듬으며, 절박하게)
그래요. 그래요, 마법!
나는 그걸 사람들에게 주려고 했어요.
(고백하듯, 자조 섞인 웃음으로)
나는 사실을 왜곡했어요.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죠.
나는… 진실이 되었어야 하는 것을 말했어요.
(점점 고조되는 감정, 저항하듯)
그게 죄라면…
그 죄로 내가 벌을 받는다고 해도 좋아요!
(절박하게, 애원하며)
제발…
불을 켜지 마세요.
이 독백은 블랑쉬의 세계관 전체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그녀에게 있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직면하기엔 너무도 가혹합니다. 이 대사는 또한 감정적으로 약한 사람, 특히 사회가 정한 틀에 맞지 않는 여성들을 벌주는 사회를 고발합니다. 블랑쉬의 고백은 시적이며 동시에 파괴적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절규이기도 합니다.독백을 통해 환상이 무너지고 냉혹한 현실이 무자비하게 다가오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블랑쉬의 독백을 연기 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작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나는 사실을 원하지 않아요”는 단순한 진술이지만, 마음속 깊은 좌절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침착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마법’이라는 단어는 절박함과 환상에 대한 집착을 담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마법”이라는 단어에는 그녀가 현실을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만든 환상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감정을 점차 끌어올려줍니다.
중간은 고백의 절정: “나는 진실이 되어야 하는 것을 말했어요.” 이 부분에서는 본인의 거짓말을 스스로 정당화하면서도 그 내면의 고통을 인정하는 감정이 교차합니다. 자조와 분노, 슬픔이 복합적으로 섞인 순간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낮고 강하게: “불을 켜지 마세요.”는 블랑쉬가 현실을 끝내 거부하는 절규입니다. 목소리를 낮추되 단호하게, 마치 마지막 보호막을 지키려는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3. 등장인물 관계
인물 관계는 권력, 의존, 정서적 필요로 구성됩니다. 중심 갈등은 블랑쉬, 그녀의 여동생 스텔라, 그리고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 간의 삼각 구도입니다. 블랑쉬와 스텔라는 공유된 과거에서 비롯된 자매애가 있지만, 시간과 삶의 경험은 그들 사이에 간극을 만들었습니다. 스텔라는 스탠리와 함께 실용적인 삶에 적응했지만, 블랑쉬는 몰락해가는 귀족적 정체성에 집착합니다. 스탠리와 블랑쉬는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스탠리는 물질주의와 지배욕에 기반한 노동 계급의 원초적인 남성성을 대표하고, 블랑쉬는 환상과 감성에 잠긴 쇠퇴한 귀족성을 상징합니다. 스텔라는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매에 대한 충성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스탠리와 블랑쉬의 권력 관계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며, 결국 블랑쉬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스탠리의 친구이자 블랑쉬의 연인이 될 수도 있었던 미치는 잠시 희망을 줬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결국 그녀를 거부하고 맙니다. 이 관계들은 욕망, 권력, 인간 관계의 연약함이라는 작품의 핵심 주제를 부각시킵니다.
4. 핵심 주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인간 존재의 연약함, 그리고 통제되지 않은 욕망의 파괴성을 중심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블랑쉬가 대표하는 남부 귀족 사회의 몰락과, 스탠리가 상징하는 전후 도시 사회의 생존 중심 현실주의를 대비시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특히 여성의 심리적 상처와 사회의 외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트라우마의 성찰이기도 합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빛과 어둠의 이미지는 블랑쉬가 과거를 감추고 아름다움과 순수함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려는 욕망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에서 욕망은 낭만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물들을 파멸로 이끄는 강력하고 때로는 폭력적인 힘으로 묘사됩니다. 젠더 역할, 권력의 불균형, 현대 사회의 무관심 역시 비판의 대상입니다. 블랑쉬의 몰락을 통해 테네시 윌리엄스는 가장 상처 입기 쉬운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의 냉혹함을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이 공연 중 에 있습니다.
다소 무겁고 비극적인 내용 이지만
고전극을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는 연극이라 생각하며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