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르고 닳도록> 줄거리, 독백, 주인공 분석, 연기팁, 총평

by aloha57 2025. 5. 26.

마르고 닳도록

1. 줄거리

이번 2026년 입시 지정희곡으로 선택된 이강백 작 마르고 닳도록입니다.

연극 마르고 닳도록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 소통의 붕괴,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닳아 없어지는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사색적인 작품입니다. 배경은 낡고 오래된 공동생활 공간이며, 이야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년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과거를 되새기고, 때로는 서로에게 기대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누구도 진정한 위로를 주거나 받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극은 이들 사이의 대화와 침묵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며, 인간이 얼마나 쉽게 마모되고, 얼마나 간절히 기억과 애정을 갈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들은 점점 더 약해지고 감정적으로 메말라가며, 이는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감정의 변화를 중심에 두며, 관객은 인물의 내면 세계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2. 독백

이 연극에서 독백은 인물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핵심적인 장치로 사용됩니다. 주인공은 관객을 향해 말하거나 혼잣말로 내면을 고백하는데, 그 내용은 과거에 대한 회상,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후회, 혹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그날 이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같지 않았다와 같은 대사는 인물이 침묵 속에서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내면의 감정을 아주잘 표현 해야 하는것들 이 매우 중요 합니다.이러한 독백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정제된 감정의 표현이며, 배우가 인물의 삶에 완전히 몰입해야 진정성이 담깁니다. 독백은 관객과 교감하는 순간이며,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을 드러내는 절정의 장면이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르고 닳도록은 다양한 극단에서 창작극으로 상연되기 때문에 표준화된 대본은 없지만, 아래의 독백은 삶의 마모와 기억의 지속성이라는 주제를 대표적으로 드러낸 대사로 자주 인용됩니다.

 

대표 독백

어느 날, 거울 속 얼굴이 낯설어졌어.

내가 알던 그 얼굴이 아니라, 나이 들고 잊힌 얼굴이 날 바라보더군.

나는 묻고 또 물었지. ‘너는 누구니?’

대답은 없었어.

그저 눈빛만 남아 있었지. 오래된 기억처럼.

사람들은 시간이 모든 걸 잊게 해준다고 말하지.

하지만 난 알아.

시간은 잊게 하는 게 아니라, 견디게 하는 거야.

잊힌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그저 조용히 마르고, 천천히 닳을 뿐이지.

사랑도, 미움도, 상처도다 그렇게.

말라서 더는 아프지 않게 되고,

닳아서 다시는 만질 수 없게 돼.

그래도 어딘가 남아 있어.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살아. 지금도, 이렇게.”

 

위의 독백은 작품의 감정선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특히 시간은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게 하는 거야. 라는 구절은 관객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명대사로 자주 인용됩니다. 이 독백은 무대 위에서의 정적과 깊은 시선, 느린 호흡을 통해 진정성이 살아나는 부분으로, 배우에게도 큰 연기의 도전이 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느리게 대사를 읊는다면 보는 관객으로써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호흡의 템포와 감정의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로써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주인공 분석

주인공은 노년의 여성으로, 긴 세월 동안 축적된 외로움과 상실, 그리고 시간이 남긴 침묵과 화해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한때 가족, 친구, 젊음, 사랑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사라진 자리를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겉으로 보기엔 담담하고 강인한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흔적과 미련이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녀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려 하며, 말이나 행동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연민과 따뜻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극 전반에 걸쳐 그녀는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며 기억을 더듬고, 그 안에서 자신을 회복하려는 여정을 이어갑니다. 그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노년의 고독을 현실적으로 형상화한 상징적 인물입니다.

 

4. 연기 팁

연기는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고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배우는 먼저 인물의 전 생애를 깊이 이해하고, 그 세월의 무게를 몸짓, 표정,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합니다. 독백 장면에서는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절제된 어조로 천천히 내면을 꺼내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침묵 또한 중요한 표현 수단이므로, 말이 없는 순간에도 감정을 유지해야 하며, 시선 처리나 손의 미세한 떨림 같은 세부적인 동작들이 감정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배우와의 호흡 역시 중요하여,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상대의 눈빛과 리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관객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고려하여 작은 동작이나 낮은 목소리로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높은 집중력과 섬세한 연기가 필수적입니다.

 

5. 총평

연극에서는 흘러가는 일상과 무심한 시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닳고 마모되어가는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들이 깊이 있게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지 노년의 삶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감정의 퇴적과 필연적인 고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미니멀한 무대와 조명은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며, 관객은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와 세심한 감정 표현은 극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이 작품은 관객에게 오랫동안 남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묻고 싶은 이들에게, 이 연극은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작품입니다.

 

이번 202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 연기 지정희곡인 마르고 닳도록은

폭발적인 연기보단 섬세한 연기가 매우 필요합니다.

배우의 호흡과 시선처리 미세한 떨림등 지루하지 않게 대사를 이어 나가는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