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줄리엣의 독백 (2막 2장)
“오,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하필 로미오인가요?
당신의 아버지를 부정하고 당신의 이름을 버려요.
아니면, 만약 그게 어렵다면, 그저 나를 사랑한다고 맹세해줘요.
그러면 나는 더 이상 캐풀렛이 아니겠어요.
나의 적은 오직 당신의 이름일 뿐,
당신은 몬태규가 아니어도 여전히 당신이에요.
‘몬태규’가 뭐죠? 손도, 발도,
팔도, 얼굴도, 남자의 어떤 다른 부분도 아니잖아요.
다른 이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름 속에 무슨 의미가 있죠?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그 꽃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똑같이 향기로울 거예요.
그러니 로미오도, 로미오가 아니라 불렸더라도,
그의 소중한 완전함은 여전할 거예요.
로미오, 당신의 이름을 버리세요,
그리고 당신의 일부가 아닌 그 이름 대신,
나 전부를 가져가세요.”
해설과 코멘터리
이 독백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 중에서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대사를 오해하고 있습니다. “Wherefore art thou Romeo?”라고 말할 때, 줄리엣은 “로미오, 어디 있니?”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당신이 로미오여야 하죠?” 즉, 왜 당신이 내가 사랑해서는 안 될 몬태규 집안 사람이냐고 탄식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줄리엣은 지금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 괴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어 이 장면에서 줄리엣은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사실 로미오는 그 아래에서 몰래 듣고 있습니다. 줄리엣은 아직 매우 어린 소녀지만 이 독백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숙한 사고를 보여주며, 그녀는 ‘이름’이란 단지 외적인 표시일 뿐, 사람의 본질이나 가치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 향기는 똑같다”는 비유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설사 장미를 “쓰레기꽃” 같은 이름으로 불러도 여전히 향기롭다면, 로미오가 ‘몬태규’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덜 사랑스러워야 할 이유는 없다는 뜻입니다.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당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라”고 말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 부모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그 가문 간의 싸움과 이름에 묶인 정체성을 거부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만약 로미오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줄리엣은 자기가 캐풀렛이라는 이름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에 “Take all myself.”라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대담하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줄리엣은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 충성, 미래 다 바치겠다고 말합니다. 단지 그 이름 하나만 버려준다면 말입니다.
이 독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솔직하고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단순히 낭만적인 대사가 아니라, 줄리엣은 이 장면을 통해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회의 규칙, 가족의 이름, 전통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아닌가?
이 독백은 연극 전체의 감정적 톤을 정립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름, 가족, 전통을 뛰어넘어 사랑하려 하지만, 세상이 그들을 허락하지 않습니다.이 장면에서 줄리엣은 사랑이 증오보다 더 중요시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만 그 꿈은 비극으로 끝나게 되는 함축적인 내용입니다.
상징적 요소
극은 풍부한 상징들로 가득한 연극이며, 각각의 상징적 요소는 이야기의 감정적, 주제적 깊이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셰익스피어는 단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이미지들과 사물들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 그리고 작품 전반의 메시지를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유도합니다.
가장 중요한 상징 중 하나는 빛과 어둠입니다. 극이 시작되자마자 로미오는 줄리엣을 자신이 살아가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 유일한 빛으로 묘사합니다. 그는 그녀를 태양, 횃불, 밤하늘의 보석 등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빛과 어둠의 대조는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의 아름다움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둘러싼 위험과 비밀스러움도 함께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빛은 희망, 열정, 명료함을 의미하고, 어둠은 위험, 숨김, 절망을 나타내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의미들을 역전시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두려움과 연관된 밤은 오히려 로미오와 줄리엣에게는 안전하고 친밀한 시간이 됩니다. 그들은 밤에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장 깊은 감정을 나눕니다. 반면, 대낮은 이별과 비극을 가져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상징은 독과 약입니다. 수도사 로렌스는 성직자이자 약초학자로서, 자연의 모든 것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치유의 힘도, 파괴의 힘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이 이중성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양가 사이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로미오가 마시는 독과 줄리엣이 마시는 수면약은 삶과 죽음, 사랑과 파괴 사이의 아주 얇은 경계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셰익스피어는 기쁨을 주는 것이 어떻게 고통도 불러올 수 있는지를, 특히 증오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발코니도 상징적으로 중요한 공간입니다. 이는 물리적 거리와 감정적 친밀함을 동시에 상징합니다. 유명한 발코니 장면에서 줄리엣은 로미오보다 위에 위치해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둘 사이가 가장 가까운 순간입니다. 발코니는 현실과는 다른 세계, 시간도 이름도 계급도 의미 없는 상상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 속 사랑을 나눕니다.
장미와 이름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줄리엣이 말한 “장미란 이름이 달라도 그 향기는 달라지지 않아”라는 대사는 유명하죠. 여기서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의미하고, ‘이름’ 즉 몬태규나 캐풀렛 같은 성은 사회적 정체성과 갈등을 뜻합니다. 줄리엣은 이름이란 단지 인간이 만든 구분일 뿐이며, 사람의 본질이나 사랑의 진실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연극의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비극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떤 사람이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이름을 가졌느냐에 의해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별과 운명도 반복되는 상징입니다. 극의 도입부에서 두 사람은 운명에 얽힌 연인으로 묘사되며, 이는 그들의 사랑이 시작부터 정해진 비극이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별, 달, 천국 같은 천체적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이들의 삶이 자신들이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로미오는 결국 “별을 거스르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별은 운명을 뜻하면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가진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함께 상징합니다.
마지막으로, 죽음 자체도 끊임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상징입니다. 죽음은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사랑, 열정, 탈출의 수단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인들은 종종 서로에게 “함께 하지 못할 바엔 죽겠다”고 말하며, 그들의 마지막 선택도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사랑의 재회처럼 묘사됩니다. 죽음은 절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이기도 합니다.그 자유는 살아 있는 세계에서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연정보
현재 연희예술극장에서 2025년 06월 08일까지 공연이 진행중 입니다.
공연 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날 진행 중입니다. 토요일은 오후2시와 오후 7시 공연이 진행 중이며, 일요이에는 오후 3시 한타임 공연만 진행중입니다.
예매는 네이버를 통해 가능하며 주차장은 따로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극 주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이 작품이 400년도 더 전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우 관련성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겉보기엔 사랑 이야기 같지만, 셰익스피어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단지 출발점으로 삼아 훨씬 더 깊고 복잡한 인간의 문제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주제는 로맨틱한 사랑, 특히 첫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매우 어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어리다고 말할 수도 있죠. 그런데도 그들은 빠르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집니다.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죠. 셰익스피어는 그런 젊은 사랑의 강렬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정말 완벽하게 포착해냅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혜 없이 감정에만 치우친 사랑이 얼마나 무모한 결정을 이끌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운명입니다. 극의 서문부터 이미 두 사람은 별이 갈라놓은 연인들 로 묘사됩니다. 즉, 그들의 사랑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비극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극 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여러 번 상황을 바꾸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운명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물살에 휘말린 것처럼요. 이 운명의 주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비극적이고 시적으로 만듭니다. 둘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지만, 함께할 수는 없었던 거죠.
그리고 중요한 또 다른 주제가 바로 가족과 사회적 정체성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의 가장 큰 장벽은 거리도, 오해도 아닌 그들이 서로 적대적인 두 가문에 속해 있다는 사실입니다. 셰익스피어는 가족에 대한 충성과 대물림된 증오심이 얼마나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과거의 원한 속에 가두며, 결국 인생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줄리엣의 유명한 대사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What’s in a name?)”는 가족 이름이 왜 그렇게 큰 힘을 가져야 하냐는 질문입니다. 만약 두 집안이 원수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사랑은 꽃피웠을지도 모릅니다.
폭력과 갈등도 중심 주제입니다. 이 극은 거리에서의 싸움으로 시작하고, 이후에도 언제나 폭력이 주변에 존재합니다 —칼싸움, 협박, 심지어 대사 속에서도 말투가 거칠고 공격적입니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도 혼란스럽고 폭력적이어서, 사랑이라는 섬세한 감정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처럼 보이죠. 셰익스피어는 이처럼 거친 세계 속에 피어난 사랑이 더 귀중하고 더 쉽게 부서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젊음과 나이의 대립입니다. 로미오, 줄리엣, 머큐쇼, 티볼트 같은 젊은 인물들은 충동적이고 감정적입니다. 반면, 유모, 로렌스 신부, 양가의 부모들은 나이가 많은 인물들로서 그들을 통제하려 하죠. 하지만 이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소평가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이를 통해, 젊은 사람들의 감정과 고뇌 역시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극이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주제는 선택과 자율성입니다. 운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실제로 자신들의 선택으로 이야기의 전개를 바꿉니다. 예를 들어, 로미오는 티볼트를 죽이기로 선택하고, 줄리엣은 죽음을 위장하기로 선택합니다. 이런 결정들이 이야기를 운명만큼이나 깊게 좌우하죠. 셰익스피어는 결국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 삶에서 운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크며, 우리의 선택은 또 얼마나 중요한가?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랑과 증오, 자유와 의무, 젊음과 노년, 운명과 자유 의지 사이의 충돌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에게 깊이 울림을 주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